2019년 한사랑회복수기 회복작 - 무제(無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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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OO님 작성일19-08-26 14:29 조회19,81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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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어느 날
“OO아 일어났나? 엄마랑 밥 한 숟가락 묵자”
“나중에 먹을게요.”
“또 나중에.. 나중에 언제?”
어머니는 휴지통을 들고 화장실로 가신다. 계속되는 이런 생활이 6개월이 다 되어간다.
내 머리 맡에는 소주 한 병반이 남아있다. 나는 조용히 반 쯤 남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신다.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난다. 다시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담뱃불을 붙인다.
TV 에서는 어제와 같은 뉴스가 나오고 있다.
“OO아 주스 한 잔 갈아 줄까?”
“예”
잠시 후 부엌에서 믹서기 가는 소리가 들린다. 토마토 주스를 가지고 오신다.
“엄마 성당 갔다 올게”
“예”
새벽마다 나는 토한다. 화장실까지 갈 시간이 없어 머리 맞은편에는 며칠 전부터 휴지통이 놓여있다.
토하고 나면 속이 편안해진다. 내 몸속의 모든 것을 토하기 위해서는 담배가 필요하다.
속에 조금이라도 뭔가 남아있으면 속이 불편하다. 그때 담배를 피우면 내 몸속의 무엇이든 한 방울도 남김없이 토하는데 도움이 된다.
밤 12시 넘어 먹고 난 소주 빈병 2개를 치우고 어머니 주무시는 걸 확인하고, 새로 2병을 사와 마시고 남은 소주 한 병뿐이다.
어머니는 내가 새로 2병을 사왔는지 모르고 계신다.
며칠 째 계속 새벽에 토한다. 대충 생각해도 4-5번은 되는 것 같다. 먹은 것이 없어 노란 물만 나온다.
“엄마 성당에 갔다 올게. 뭐 먹고 싶은 것 없나?”
“예. 담배하고 소주 좀 사다 주이소”
그렇게 어머니는 성당에 가신다. C1이라는 소주는 기억하고 계시지만 내가 피우는 담배 이름을 몰라 어머니 손가방에는 항상 내가 피우는 담배 빈 갑이 들어있다.
난 이런 생활이 정말 싫다. 그러면서도 계속 이 생활을 반복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며칠 전부터 작은 형은 나에게 병원에 가자고 한다. 형수가 알아봤는데 부산, 경남에서는 시설이 가장 좋다고 한다.
“OO아 2-3개월만 입원해라, 병원비 걱정은 하지 말고. 니 계속 이러면 죽는다.”
“이제 술 안 먹을게요”
“니, 그 말 한지가 벌써 몇 달째고.. 눈 딱 감고 그냥 입원해라. 엄마를 봐라. 몇 개월 사이 폭삭 늙으셨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그때도 술 못 끊으면 형님 말대로 병원 갈게요”
“또 일주일이가?”
대문소리가 들린다. 어머니는 점심 즈음 오신다. 아침에 사온 소주 2병도 비워져 있다.
“갔다 왔습니까?”
“뭐 먹었나? 아침에 주스 말고는 또 아무것도 안 먹었지?”
“예 담배하고 소주 좀 주이소”
“밥 먹으면 줄게” 억지로 몇 숟가락 먹고 밥숟가락을 놓고 만다.
“엄마 안 넘어가네요.” 나는 복숭아 2개를 씻어 내 방으로 간다. 그리고 소주병을 들어본다. 역시나 2병 다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다.
“엄마 소주하고 담배 좀 주세요.”
“OO아 이제 그만하고 형님 말대로 병원가자.”
“예. 소주나 주이소”
어머니는 가방에서 소주 2병과 담배를 내어준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이번 주 병원에 가야겠다. 여기서는 도저히 술을 끊을 수 없다. 내일이라도 가자, 제발..’
마음은 벌써 병원에 가 있는데 몸은 지금 술을 마시고 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누굴 원망할 사람도 없다.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니다.
다음날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삼촌, 형님이 오늘 입원하라고 하네요. 오늘 월차 내어서 삼랑진으로 갈게요. 입원준비하고 계세요.”
나는 대충 세면도구와 속옷을 챙겨두었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엄마 오늘 입원할게요. 소주 한 병만 주세요. 이제 병원가면 소주도 못 마십니다.”
그렇게 한 병을 비우고 내 방에 숨겨두었던 소주병이 5병이나 나왔다.
또 한 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형수가 집에 도착하였다. 기분이 묘해지고 착잡하였다.
“삼촌 너무 걱정 마세요.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봤어요. 부산, 경남에서는 시설이 가장 좋대요. 그냥 2-3개월 쉰다고 생각하세요.”
어느 덧 차는 김해로 접어들었다.
한사랑병원에 차를 주차하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진료실 입구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30분 기다리다 3분 상담하는구나.
“엄마 담배 좀 사올게요.” 어머니와 형수는 진료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나는 병원 근처 수퍼에 가서 담배 한 갑과 소주 한 병을 샀다. 소주 한 병 마시는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마시고나니 용기가 생겼는지 편하게 진료실 입구에 앉아 대기할 수 있었다.
“최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