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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사랑회복수기 우수작 - "삶을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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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2-07 16:47 조회10,8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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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OO님

 

나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자기사랑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다. 콤플렉스도 많았고, 주위의 눈치를 많이 보았고, 나의 무능함으로 인해 내가 정말이지 싫었다. 

언젠가부터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밥 한 끼 먹을 의지조차 없었다. 주말이 되면 술을 사와 밤낮 할 것 없이 마시는 일이 생활이 되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비가 범람해서 내 작은 방에 가득 찰 것 같았다. 그래서 질식할 것 같았다. 나는 늘 혼자이고 싶으면서 혼자이기 싫었다. 스스로에게 필요이상으로 가혹했다.

그래서 위로가 필요했었고, 내 편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연락할 사람도, 붙잡고 울 만한 사람도 없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으면 이렇게 될까 하며 죽으려고도 했었다. 알코올 의존 아버지, 부모의 무관심으로 지낸 학창시절, 노력은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을 내게 남겨준 사람. 친구의 배신 등으로 인해서 냉소로 무장하고 문제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변명 뒤에서 나는 보호하기 급급했었다.

변명으로 나를 지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아닌 척하며 무력감과 수치심을 안고 살아왔다. 타지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 커서였을까?

특히나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스트레스와 감정이 폭발할 때면 항상 술을 찾곤 했다. 밤낮 할 것 없이 마셔댔고 빈속에 구토할 지경이 되어서야 음주를 멈추곤 했다. 술에 취해 참 못할 짓도 많이 했다. 모텔 방에서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다 담뱃불로 인해 술이 크게 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로 인해 살면서 처음으로 경찰서라는 곳을 다녀왔다. 그렇게 나는 매일을 폐인같이 혼자만의 갑옷에서 숨어 지내왔다.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히키코모리 생활, 게임중독, 불면증과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젊은 시절을 흘려보냈다. 혼자 타지 생활을 하며 더욱 더 나는 망가졌고, 입원하기 전까지 그렇게 나는 나를 유기에 가까운 방치를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내발로 병원을 찾아왔다. 입원초기에는 입원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밥도 잘 들어가지 않았고 병실에 누워서 잠만 자던 시간이 많았다. 불행 중 다행인건 내가 책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지나치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서 좋았다. 병동생활을 하며 책들을 참 많이 읽었다. 입원기간 동안 거의 매주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곤 했다. 가끔 읽고 싶은 책은 주문해 사곤 한다. 입원 초기에는 집중이 되지 않아 책 한권 읽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하루에 한권은 거뜬하게 읽고 있다.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나에게 도움 되는 책들이 많았다. 왜 나만 이렇게 힘이 들까? 이런 생각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보다 더 한 시련을 겪은 사람도 있구나 하며 공감을 했고 위로를 얻었다. 그렇게 점점 치료진과 책의 도움으로 나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갔다.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얘기를 상담을 통해 털어 놓았고 건강했었던 과거에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었고, 몇 년간 연을 끊다시피 지냈던 어머니와 재회도 할 수 있었고, 치료를 통해 마음의 짐을 하나 둘씩 내려놓고 과거의 트라우마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친지친구들에게 조차 털어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내 편이 생긴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로인해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해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뭐하나 싶다가도 뭔가 열중하는 내 모습을 보며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며 버티어 보기로 했다. 오랜 습관으로 단번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의식하고 결심하며 조금 더 나은 방식을 찾아 갈 것이다. 나에게 섣부른 꼬리표를 붙이지 않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애쓰지 않겠다. 내 자신으로서 다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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