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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사랑회복수기 회복작 -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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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11-03 16:59 조회4,6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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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나와 아내, 아들, 어머니까지 온 식구가 들뜬 마음으로 제주도의 한 렌터카 사무실로 걸음을 옮길 때 어머니는 감격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입을 여셨다.

야들아, 여기가 진짜로 제주도 맞제? ~ 좋다. 내가 죽기 전에 제주도 여행 함 해보는기 소원이라 캤더만, 애비가 딱 삼년만 기다리이소. 내 술 딱 끊고 삼 년 동안 열심히 일 해서 자리 딱 잡고 나믄 어무이 모시고 가족여행 같이 가입시더. 그때까지 건강하시기만 하이시소칼때는 설마 설마 했었는데, 이래 참말로 오이까 내가 너무 너무 행복해서 하늘을 날라댕기는 거 같다. 인자 진짜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이고 어무이 죽는다 카는 소리 마시이소. 앞으로 510년 되믄 동남아도 가고 유럽도 가고 해야지예

나의 말에 어머니는 손사래와 도리질을 동시에 치시며

됐다 고마. 동남아고 유럽이고 나는 다른거 다 필요읎다. 고마 애비 니만 술 안 묵고 건강하믄 그걸로 된기라. 자그마치 십년이다. 애비 니가 술로 가족들 고생시키고 니 몸 상하고 속을 얼마나 썩있노? 나는 니 때문에 심장이 새카맣게 타서 재만 남았데이, 몸도 여기 저기 성한데가 없고 애비가 앞으로도 술만 계속 끊고 살 수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데이

좋은 날 죽는다는 이야기는 고마하고 밥이나 묵으로 가입시다. 배고플 낀데

내 말에 아들이 거든다.

갈치 먹으러 가요 할머니, 배고파요.”

나는 인수 받은 렌터카를 간단히 살펴본 뒤 식구들을 태우고 예약해 둔 갈치 전문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들러 여장을 푼 뒤 가족들과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섬 일주를 하다 한 조용한 식당에 들러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일몰이 장관이라는 식당 근처 이름 없는 오름에 올랐다.

유명하지 않은 오름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다. 우린 정상에 모여 앉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바닷 속으로 퇴근하는 태양의 붉은 뒷모습을 말 없이 배웅했다.

사방은 인위적인 소리 없는 고요가 만물을 정지한 듯 느끼게 했고 파도와 갈매기 울음소리만이 자연의 호흡을 느끼게 했다.

태양이 자취를 감추고 수평선에 붉게 물든 대기의 입자만 반짝일 때 아내가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솔직히 이런 날이 올거라 꿈에도 생각을 못 했었어요. 십 년도 넘는 지난 세월 동안 당신은 수 십번의 약속을 했었지만, 그 단주 약속은 어떤 이유를 통해서건 지켜지지 않았기에 포기하다시피 했었어요. 이번에 당신이 일 년 이상 단주를 이어 올 때 조차도 하루 하루가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고 매일이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아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에요. 솔직히 차라리 이쯤하고 다시 술을 마시고 입원하기를 은근히 바라기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그 정도로 우리에겐 피 말리는 날들 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이렇게 당신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가장의 자리를 채워주니 그 동안 쌓여있던 마음 속 앙금과 슬픔, 미움 같은 것들이 정말로 눈이 녹아 사라지듯 말끔히 없어졌어요. 고마워요. 다시 당신을 믿고 의지하며 살 수 있게 해 줘서

낙낙히 젖은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실로 오랜만에 내게 감정을 표현해 왔다.

아내의 말이 허공에 떠서 모여 앉은 우리 주위를 맴돌았고, 굳이 돌아보지 않았지만 아내도 아들도 어머니도 한 마음 임을 훌쩍이는 콧소리로 알 수 있었다.

나의 눈시울도 젖어왔다.

고맙다는 말은 제가 해야죠. 여보 어머니 그리고 아들, 모두가 당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삶의 루틴을 바꿀 수 있었지요. 내가 끝도 없이 바닥을 치고 중독으로 인해 사선을 넘나들 때도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고 돌봐주지 않았다면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아직 술 독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겠지요.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여보. 아들.”

잠시 동안 우리를 어루만지고 떠나는 바람 속에서 무거운 감정들을 날려보낸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평안한 잠을 청했다.

딩동뎅~ .. 오늘은 일요일, 혈압·체중 체크하는 날입니다...”

방송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내 병실 내 침대 위.

.. ~ 꿈이네...’ 난 덩그러니 누운 채 아련한 듯 선명한 꿈을 잠시 더 붙잡고 있는다. ‘그래도 기분 좋은 꿈일세.. 꿈처럼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누군가는 꿈은 반대라지만 사실 꿈은 간절히 바라는 바 이거나 앞으로 이루어질 일 일 경우가 많아. 성경 속 꿈들도 대게가 예언이었어.

이건 아마도 계시일지도 몰라. 가만보자.. 꿈 속에서 내가 삶의 루틴을 바꿔서 단주에 성공했다고 했지.. 지금까지 내 삶의 루틴은 무엇이었는가.. 특별히 루틴이랄 것도 없었다.

이번에 또 다시 재발을 겪으면서 내 영혼은 황량한 겨울 들판처럼 공허하고 메말라 있었고 내 영혼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동안 난 중독적인 사고방식에 고착화 되어있었어.

최근까지도 조절음주를 꿈꾸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의 고장난 뇌를 인정하고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생의 루틴이 필요하겠지.

그래 신앙에 더해 가족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루틴을 삼자.

여전히 날 사랑하고 아껴주며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지 않은가.

그 곳에 내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희망이 있음을 오래도록 잊고 살아 왔다.

내 어머니 내 아내 나의 아들, 그들은 나의 것이고 나는 그들의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삶의 이유이자 목적인 것이다.

지금껏 난 삶의 기본을 망각한 채 덧 없는 잠깐의 쾌락을 위해 나와 가족의 삶을 소각하고 있었다.

사르트르는 절망의 반대편에서 인생은 시작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내게 미래란 희망과 좌절을 포함한 무한한 가능성이다.

나와 가족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늘은 일요일.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그리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 해야지.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이 머지않아 꿈이 현실이 될 날이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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